너무나 큰 방 안애정 지금 이 방에 고요가 산다 하루에 한 번 혼자 켜졌다 꺼지는 텔레비전 원적외선온열치료기 공기압력맛사지기가 방을 지킨다 낡은 성경책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던 새벽 1시 이후 새집을 증명했던 흰 벽의 귀가 밤마다 통증을 호소한다 사라지는 온기 붙잡기 위해 보일러를 틀고 커튼을 열어 햇빛을 들이지만 절망한 희망은 침대 위 베개에 머리를 묻고 일어나지 않는다 ...
그렇게 장순혁 눈물엔 점이 없고 슬픔엔 티가 없다 단숨에 삼켜버린 내 붉은 피가 그대의 입가를 적시네 누구는 자리를 깔고 앉아 이렇네 저렇네 불평만 늘어놓고 난 그 모습이 싫어 좌판을 발로 차고 만다 누군가에게는 누군가가 무언가에는 무언가가 울...
백자연적 최길하 큰 스님 다비식 때 골라낸 사리처럼 한 줌 눈을 뭉쳐 다시 가마에 구워 얻어 낸 氷果(빙과) 한 점을 손에 쥐고 녹여보네. 어느 먼 산골짝에 이제 막 얼음이 풀려 옹달샘 심지를 박고 자아 낸 물소리에 겨우내 귀먹은 매화 툭 터져 번지는 향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