허밍 김규래 겹겹이 단단해서 풀어 헤칠 수가 없다 보듬은 응어리 하나하나 햇살에 실핏줄 드러내 보이듯 말갛게 뒤집어 보이고 싶은데 입이 안 떨어져 허밍을 구른다
그때 왜 그랬어요 김경인 그때 왜 그랬어요 자갈치시장 앞 밤바다 위에 진노란빛 네온사인에 담긴 글귀가 네게 질문을 던진다 그때 왜 그랬어요 훅하고 들어온 돌직구에 한순간 일생이 다 쏟아져 나온다 그때 왜 그랬어요
꽃씨 최길하 그날 밤 아무도 몰래 천리만리 눈 덮인 밤 송송송 뿌리고 간 꽃씨들의 속삭임 문 앞에 서성이다 간 아기노루 발자국. 내 먼 전전 생이 궁금한 불빛을 따라 한참을 굽어보고 간 적막을 다시 본다. 어느 먼 후생에 다시 오늘처럼 마주칠까.